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. 옛날 옛적. 아주 먼 옛날에 파랑새를 찾아 떠난 남매가 있었답니다. 살아 움직이는 불과 물의 도움을 받아, 죽은 자들의 나라를 지나 오랫동안 여행했지요. 남매는 알고 있었어요. 자신이 분명 파랑새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. 그래서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남매는 밤을 걷고 있답니다. 영원히.
"이제 괜찮아요. 곧 집에 돌아갈 거에요.“ 총성이 울립니다. 지축이 흔들리고요. 아, 어디선가 지뢰가 터졌나 봅니다. 저는 미탸를 안고 속삭입니다. 괜찮아요. 돌아갈 수 있어요. "S. 이제 일어나. 총성이 가까이 들려.“ 그는 상당히 차가워요. 어쩌면 떨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.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 "...그만하라고, S!" 틸 씨가 돌연 소리를 질러, 위를 쳐다봅니다. 그녀는 화가 난 것 같아요. "왜 그러세요. 틸 씨?“ "죽은 사람 데리고 계속, 뭐 하는 짓이냐고.“ 틸 씨의 말에 미탸를 더욱 세게 끌어안습니다. 그런데 미탸가 이렇게 가벼웠나요. 제 손길에 들릴 만큼? 아래를 내려다보면 제 무릎이 피로 흥건합니다. 미탸. 미탸의 몸이 어디에 있죠? 아마 집에 두고 온 모양이에요. "나중에 꼭 찾아줄게요.“ 틸 씨는 무어라 말하는 듯하더니, 밖으로 나가셨습니다. 파트너를 놓칠 수는 없으니 저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죠. 미안해요. 미탸. 저희 부대는 계속 걷기만 했습니다. 섬 내부로, 내부로 이동했죠. 전술로서는 최악이라는 것을 알지만, 외곽에서부터 공격이 들어오니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. 하나 둘 사람들이 쓰러져 갔습니다. 태엽이 다한 인형처럼 멈춰버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. 다시 태엽을 감으면 일어나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, 틸 씨가 길을 재촉했습니다. 여기 있다가는 우리도 다 죽는다고요. 틸 씨. 죽는다는 것이 뭔가요. 그냥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뿐이라면 두려워할 필요 없지 않나요. 그렇게 물었을 때의 틸 씨의 표정이 무시무시해서.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. 이제는 틸 씨와 저, 둘 뿐이에요. 다들 눈을 감아버렸거든요. 정말 너무하시죠? 그래도 용서해 드릴게요. 이 싸움이 다 끝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까요. 이유는 없어요. 근거도 없습니다. 그러나 어쩐지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. 왜냐하면 저기 보세요. 새가 피- 피- 하며 울고 있잖아요. "틸 씨.“ 해가 지면을 뜨겁게 달궈 저 멀리서 아지랑이가 흔들리는 평원에서,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. 입을 열지 않은 지 삼 일이 넘은 것 같아요. 틸 씨가 입을 여는 때는 하루에 단 두 번, 밤에 불침번을 설 때와 식사 시간뿐이었거든요. 속으로 스스로와 대화하기에도 지쳐서,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. 틸 씨는 한참 조용히 계시더라고요. 대답하실 기분이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했을 찰나였습니다. "왜.“ 갈라진 목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요. 저는 들떠버리고 말았습니다. "이번 임무가 끝나면, 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?“ 돌연 틸 씨가 걸음을 멈췄어요. 뒤따라가던 저는 그녀의 등에 얼굴을 박고 말았습니다. "앗, 죄송합니다...“ 눈을 감았다 뜨자, 틸 씨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. 혐오와 두려움이 섞인 표정에 제가 더 놀랐다면 믿으셨을까요? 꼭, 그래요. 미친 사람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. "... 실험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잖아. 밖으로 나간 각성자는 없어. 죽는다 해도 말이지. 너도 죽음이 처음은 아닐 것 아냐.“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아요. 아픔을 죽음이라 부르나요.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죽음이라 부르나요. 제가 경험한 것은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다시 섬의 시작 지점에서 눈을 뜬 것 뿐인걸요. 하지만 틸 씨가 꽤 불안해 보였기에, 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. "하루 종일 땡볕에 걷기만 했으니 지칠 만도 하지. 오늘은 저 폐가에서 야영하자.“ 틸 씨는 역시 상냥해요. 불침번을 본인이 서겠다며 제게는 푹 쉬라 권했습니다. 그녀도 분명 수면이 부족할 텐데 말이죠. 끓인 콩 수프를 먹고 잠에 들었습니다. 꿈을 꾸었어요. 아주 긴 꿈이었습니다. 꿈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일어나자 대부분 까먹었지만 말이에요. 꼭 쥔 손아귀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제대로 기억하려 할수록 잊어버리고 맙니다. 하지만 하나는 기억이 납니다. 저는 파랑새를 쫓고 있었어요.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요. 섬에 오기 전에는 품에 꼭 안고 있었는데, 잠시 한눈판 사이 포르르 날아가 버린 것 있죠. 맞아요. 저는 파랑새를 찾으러 떠돌고 있었어요.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니 어느 쪽이 꿈인지 모르게 되었습니다. 제가 정말 망치로 사람의 머리를 부쉈던가요. 책 사이에 눌려 으스러지는 뼈의 비명을 들었던가요. 이건 그저, 잔혹한 비극이랍니다. 다 끝나면 평화로운 이야기만이 남겠죠. 그러니 파랑새를 찾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.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요. 제게 되뇌며 눈을 질끈 감아도 미탸의 마지막 표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. 저는 이곳에서 피가 썩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. 앞으로도 새롭게 알아갈 이야기가 많을까요. "어쩔 수 없기는. 같잖은 자기합리화는 꿈에서나 해.“ 제가 소리 내 말했던 모양입니다. 틸 씨는 라이터를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끝내는 담배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하셨어요. 원래 틸 씨가 흡연자였던가요? 제 꿈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. "틸 씨. 잠이 오지 않나요?“ "올 리가 있나. 부대가 전멸하고 우리 둘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점에. 하나뿐인 파트너가 제정신이 아니니 나라도 잘해야지, 별 수 있나.“ "저는 아주 말짱한걸요.“ 틸 씨가 검지로 제 가슴께를 쿡 찌릅니다. "이건 살인이야. 여기는 전쟁 한복판이고. 네가 알던 논리는 이제 버려. 살아남으려면 네 의지로 인간을 죽여야 해. ... 모두가 행복해질 방법은 없어." 아, 하지만 틸 씨는 무언가 잘못 알고 있습니다. 저는 웃으며 그녀의 두 손을 맞잡았어요. 좋은 소식은 공유해야 하는 법이니까요. "괜찮아요. 파랑새만 찾으면 해결될 문제인걸요. 걱정하지 마세요, 틸 씨.“ "무슨 소리야?...“ 저 멀리서 폭죽 소리가 들립니다. 축제가 시작되는 모양이에요. 봄의 축제에서는 항상 꽃의 여왕을 뽑는 전통이 있죠. 하하. 이번 연도에는 누가 뽑힐까요? 담배를 급하게 끈 틸 씨는 순식간에 총을 챙겨 엎드렸습니다.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. 곧 마차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.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일까요. "우리를 태우러 온 걸까요?“ "쉿, 빨리 엄폐해! 폭격이 시작됐어. 전차가 이리로 오고 있고... 젠장. 흔적을 들킨 모양이군.“ 저는 고개를 젓고 조심스레 일어섰습니다. 틸 씨는 나무 벽의 틈 사이로 바깥을 보는 데 열중하고 계시더군요. 이럴 때라면 인사도 없이 가는 일조차 용서받을 거에요. 축제 날에는 갑작스런 선물도 의미가 있는 법 아니겠어요. 어두운 복도를 지나 썩어버린 문 너머로 걸어 나갑니다. 저 멀리서 깃털이 날아드는 듯한 바람이 살랑거려요. 아, 파랑새가 울고 있어요.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.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. "S, 너-!“
틸 씨가 소리 지르려는 순간, 저는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댔습니다. 쉿. 그렇게 소리 지르면 새가 도망가 버려요. 틸 씨. 부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. 꼭 찾아서 당신 곁으로 돌아갈게요.
탕. 마지막 폭죽이 하늘을 비추네요. 눈앞이 섬광으로 반짝입니다. 땅이 기울어지더니 제 뺨에 호되게 부딪힙니다.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축축해 잠시 미간을 찌푸리지만, 지금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. 밤바람이 차갑습니다. 하지만 전 알아요. 추운 것은 잠시일 뿐입니다. 곧 차가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될 거에요. 오늘로 죽은 것이 몇 번이었죠, 열 번? 스무 번? 깨지고, 뭉개지고, 타오르는 등 수많은 죽음을 겪으며 저는 너무 무신경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. "조금만 참아. 지혈해 볼 테니까.“ 가물거리는 시야 사이로 틸 씨가 보입니다. 도망가라고 판을 깔아놔도 그러지 못하는 당신은 역시 상냥해요. 저는 그만 웃어버립니다. 웃을 때마다 몸이 흔들려 옆구리가 아파요. 아파요. 아무리 많이 죽어도 아픔에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. 그물망을 두른 듯 눈앞이 조각나 산산이 깨집니다. 어두워져요. "틸 씨, 들려요?“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는 피 섞인 기침뿐이 나오지 않습니다. "말하지 마, 제발...“ 피- 피-. 파랑새가 울고 있어요. 당신께 행복을 가져다드릴게요.